[Inter뷰①] 기동 매직은 선수도 살린다...심상민 "부활 이유? 기동쌤 때문이죠"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심상민(포항 스틸러스)이 FC서울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앞날에 먹구름이란 없어보였다. 연령별 대표팀을 차근차근 밟아오면서 차세대 국가대표 풀백이라는 기대까지 받았다. 아무나 나갈 수 없는 올림픽 무대에도 섰다. 프로 무대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만한 잠재력을 보였기에 K리그 명문 구단 중 하나인 FC서울에서도 심상민의 날씨는 맑음이 예상됐다.
하지만 한번 드리운 먹구름은 쉽사리 걷히지 않았다. 출전 시간은 들쭉날쭉 했고, 심상민의 경기력도 마른하늘의 소나기처럼 예측하기 힘들었다.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고,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비판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심상민의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한 건 연령별 대표팀 시절 코치였던 김기동 포항 감독을 다시 만난 후부터다. 스승인 김기동 감독은 서울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제자에게 선뜻 손을 내밀었고, 심상민은 그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
포항에 도착하자 서서히 먹구름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주전 경쟁에 성공했고, 김기동 체제의 핵심 자원으로 거듭났다. 그는 군 복무를 위해 포항을 잠시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지난 시즌 막판 친정팀으로 되돌아왔다.
이제 심상민은 2022시즌 다시 김기동호에 올라 맑은 날씨 속에서 포항에서 출항을 준비 중이다. 김기동 감독이 부주장을 맡기며 제법 할일도 많아졌다. 2022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 김기동 감독의 왼팔이 된 심상민을 ‘인터풋볼’이 전화로 만났다.
[이하 심상민 인터뷰 전문]
Q. 김천에서 뛰다가 지난 시즌 막판에 포항에 돌아왔다. 친정팀으로 돌아온 기분은 어떤가.
“친정팀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동료들하고 훈련하고, 감독님이 잘해주시니까 편안한 분위기다.”
Q. 선수 시절 초반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올림픽에 다녀올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았지만 프로 데뷔 후 서울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했는가.
“사실 극복은 하지 못했다. 그냥 버텼다. 버티다보니까 좋은 시간이 찾아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서울에 있을 때 극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무너지지만 말자’라고 생각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경기에 못 나가면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기복도 생기고...그때 돌이켜보면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Q. 그래도 서울을 떠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포항으로 이적한 이유는 김기동 감독 때문인가.
“그렇다. 경기에 못 뛰고 있는데도 불러주셨다는 건 청소년 대표팀에서 좋게 봐주셨던 게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너무 감사드린다."
Q. 그때 김기동 감독님이 어떤 조언을 해주셨는지?
“감독님이 보기엔 내가 주눅 들어 보였던 것 같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김기동 감독님이랑 운동했을 때는 까불거리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모습이 안 보이니까 김기동 감독님이 ‘너 서울에서 무슨 일 있었냐. 왜 이렇게 기가 죽었냐’고 물어보셨다. 감독님이 보시기에도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었던 것 같다.”
Q. 그래도 포항에서 제 기량을 찾았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그 이유도 감독님이다. 내가 자신감이 떨어져있으니까 실수해도 아무 말씀 안하시고 기다려주셨다. 서서히 몸이 좋아지면서 경기력으로 보여드릴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감독과 선수 사이의 신뢰가 큰 것 같다.”
Q. 김기동 감독이 부임한 뒤로 매년 포항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번에도 기대가 큰데, 포항의 내부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하다.
“선수가 많이 바뀌었고, 준비하는 기간도 짧아서 아직은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김기동 감독님의 축구에 대한 신뢰가 있다. 이번에 들어온 선수들한테 물어보면 외부에서 김기동 감독님에 대한 평가가 좋다고 하더라. 그걸 믿고 선수들도 준비하고 있다. (영입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가?) 김기동 감독님은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시고, 전술도 딱 잡혀있다고 하더라. 감독님이 짚어줄 것만 짚어주시니까 선수들도 편한 분위기에서 할 것만 딱 하면 된다. 그게 김기동 감독님의 장점이다.”
Q. 그렇다면 김기동 감독 체제에서 누가 가장 기대되는가.
“U22 선수로 들어온 선수들이 기대된다. 리그 분위기를 보면 선발 명단에 U22 선수를 채우려는 느낌이 아니다.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그런 선수들이 포항에도 존재한다. 물론 포항은 누가 들어가도 잘할 것이다. (정)재희도 좋은 선수라고 느낀다. 성실하고 색깔이 있다. (이)승모도 잘해주고 있다.”
Q. 상투적인 질문이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개인적인 목표를 설정했는가.
“공격 포인트를 많이 한 적이 없다(웃음). 그래서 크로스도 과감하게 올리고 싶다. 오버래핑은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본능이라서 과감하게 나갈 생각이다. 어시스트를 많이 해보고 싶다. 우승도 하고 싶다. FA컵이 가장 욕심난다. 작년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도 했지만 리그와 토너먼트는 완전히 다르다. FA컵 우승은 자신있다.”
Q. 포항 팬들이 심상민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기대를 받을 정도로 나이를 먹었고,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위치가 됐다. 많이 기대해주셔서 감사하다. 선수는 기대를 받으면 당연히 만족시켜드려야 한다. 그런 위치까지 올라왔다. 기대되는 선수가 많아서 재밌게, 팬들이 원하는 결과와 내용까지 보여드릴 수 있도록 (신)진호 형도 많이 돕고, 어린 선수를 많이 이끌어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진=포항, 한국프로축구연맹
출처 : 인터풋볼(http://www.interfootball.co.kr)